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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노무현 전 대통령
안장식 문화제
“잘 가오, 그대”
09년 7월 10일 (금) 오전 10;00 ~ 11;00
김해시 봉하 마을 주차장
연출 / 정태춘, 김영준, 강성규, 탁현민
출연 / 서사시 낭송; 권해효, 오지혜
노래; 정태춘 박은옥, 노찾사, 전경옥
연주; 김호철과 브라스 퀄텟(편곡 / 박만희),
두번째 달(하림), 신지아(Accordion)
시 낭송; 백무산, 권선희
춤; 예술공장 두레
대본; 정태춘
Intro
연주곡 / “꽃다지”
금관 5중주(인성호, 이소영, 방그리, 박새론, 최만철) / 박만희 편곡
춤 / “진혼무”
10인의 군무 / 예술공장 두레
⦿ 시 1.⃞
<여> 오지혜
오월 나비 훠얼, 질라래비 훠얼
꽃 찾아 꽃 찾아 산등성이 훠얼
오월 바람이 훠얼, 솔밭 너머 훠얼
송화 가루 털며 들길까지 훠얼...
<남> 권해효
“허어...
사람 사는 동네, 개천이 맑아야 하는데
이래가지구야 원...”
<여>
오월 나비 훠얼, 질라래비 훠얼
밭두렁 논두렁 나는 간다 훠얼
오월 바람이 훠얼, 솔밭 너머 훠얼
찔레꽃 흐르는 냇물 위로 훠얼
백무산 시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백무산 낭송, 신지아 연주(Accordion)
[우리가 당신을 버렸습니다]
우리가 당신을 버렸습니다
그건 프로 정치가 아니야, 바보야
진보란 그런 게 아니야!
우리가 당신을 버렸습니다
애국은 그런 게 아니야, 바보야
이게 당신 때문이야!
아, 우리가 당신을 버렸습니다
말뿐이던 우리가 허세뿐이던 우리가
빈 깡통 요란하게 당신의 손을 뿌리쳤습니다
새벽닭이 울기 전에 열 번 스무 번 당신을 부인했습니다
그렇게 당신을 버리고 돌아서니
전에 없던 철벽이 우리 앞을 가로막았습니다
그렇게 당신을 벼랑에 떠밀고 내려다보니
바위 벼랑 아래 처박힌 피투성이 얼굴은
우리의 얼굴이었습니다
운명이었습니다
아, 그건 운명이었습니다
운명은 시작의 순간에 종말의 비극이 얼굴을 드러내었습니다
당신이 운명의 골짜기에 곤두박질 당하고 싶지 않았다면
그렇게 하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권력자는 뜨거운 정의의 감정을 품어서는 안되는 것이었습니다
순결한 영혼을 동경하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권력을 국민에게 돌려주려는 짓 따위는 하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가난한 자를 높이 세우려는 짓 따위에 열정을 품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권력자가 선한 일을 행하고자 한다면
자신을 먼저 제거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어야 했습니다
당신은 이 두 가지가 하나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애써 거부함으로써
운명의 천길 골짜기에 갇히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당신으로 인해 우리가 알게 되었습니다
이천 년 전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한 사내의
외침을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자신이 패배의 멍에를 지고 저 가시밭길을 가고자 하였습니다
피에 굶주린 자들에게 자신을 먹이로 던지고
모두 피의 잔을 받아 마시라 하였습니다
이 몸이 민주주의의 찢겨진 몸이니 모두 나누어 먹으라 하였습니다
오, 슬픈 선지자의 꿈이여!
당신은 정치가가 아니었습니다
아, 모든 허위를 훌훌 벗어버리려고 했던 사람
다 벗고 인간만 남기고자 했던 사람
정치도 권력도 모든 권위도 훨훨 벗고
오직 벌거숭이 인간만 남기려 했던 사람
차별 없는 인간만 남겨 조건 없는 바보 사랑을 꿈꾸었던 사람
당신의 눈물은 인간의 마지막 눈물이었습니다
그 눈물의 깊은 골짜기에서 우리는 비로소
살과 피로 온전히 만납니다
그리고 우리는 묻습니다
죽은 당신께 묻습니다
우리가 버리고 나서 우리에게 닥친 막다른 길에서
절망하며 묻습니다 죽은 당신에게
죽은 우리에게 우리가 묻습니다
우리의 눈물이 곧 우리의 물음입니다
죽은 자에게 삶의 길을 묻습니다
죽은 자에게 삶의 미래를 묻습니다
묻고 또 묻습니다
그리하여 산 것과 죽은 것이 마침내 뒤집혀질 것입니다
산 것이 죽은 것이고 죽은 것이 산 것이 될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의 슬픔이 우리의 물음입니다
우리의 물음이 우리의 영혼입니다
증오와 혐오, 냉소와 이기로 가득찬 세상을 가르는 단절의 힘입니다
더 이상 진실에 목말라하지 않는 세상에 가하는 반란의 힘입니다
당신은 이제 우리의 물음 가운데서 다시 살아납니다
우리의 붉은 피에 실려서 다시 숨을 쉽니다
우리의 발걸음과 우리의 노래에 실려서 다시 살아옵니다
부활이 그 몸 그대로 그 모습 그대로
다시 오는 것이라면 그런 부활 따윈 믿을 게 못됩니다
당신은 다르게 우리 곁에 옵니다
다른 모습으로 다른 몸으로 우리의 피에 실려서 옵니다
그리고 훗날 어느 아름다운 봄날
아니 눈보라치는 어느 겨울 날
우리 또한 자연의 한조각으로 돌아가면서 우리는 말할 것입니다
절망조차도
패배조차도
당신과 함께 하여 아름다웠노라고
진정 아름다웠노라고!
정태춘 노래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이어도 ( 떠나가는 배 )]
저기 떠나가는 배
거친 바다 외로이
겨울비에 젖은 돛에 가득 찬바람을 안고서
언제 다시 오마는 허튼 맹세도 없이
봄 날 꿈같이 따사로운 저 평화의 땅을 찾아
가는 배여, 가는 배여 그 곳이 어드메뇨
강남 길로 해남 길로 바람에 돛을 맡겨
어둠 속으로 물결 너머로
저기 멀리 떠나가는 배
너를 두고 간다는 아픈 다짐도 없이
남기고 가져 갈 것 없는 저 무욕의 땅을 찾아
가는 배여, 가는 배여 언제 우리 다시 만날까
꾸밈 없이 꾸밈 없이 홀로 떠나가는 배
바람 소리 파도 소리 어둠에 젖어서 밀려올 뿐
⦿ 시 2.⃞
<남>
“어무이,
촌 사람들이 두루 잘 살아야 하는데요오.
그기, 좋은 세상 아입니까?
이 사람들이
-어허라 태평성대, 촌 살림도 부럼 없다-
이래야는 기 아입니까?”
<여>
봉화산의 봉화가 훠얼,
뜨거운 불기둥으로 타오르다가
골짜기, 골짜기마다 그 불씨들 흩뿌려 놓고
어느 한 날,
부엉이 바위 아래 어느 보이지 않는 돌쩌귀 사이로
숨어버렸다는데...
그대, 그렇게 가셨다는데...
하여,
매운 연기도 없이
먼 데, 도시 사람들, 촌 사람들 모두 울었다는데
몇 날, 며칠을 울었다는데...
그대, 그렇게 가셨다는데...
전경옥 노래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종이 비행기]
종이비행기 눈물로 접어 하늘 높이 날려보네
노란 리본을 나뭇가지에 꽃잎처럼 묶어보네
1. 종이비행기 그대를 향한 그리움으로 날려보네
종이비행기 맑은 꿈 되어 우리가슴에 앉네
그가 꿈꾸던 아름다운 이야기 그가 진정 원하던 나라
평등한 나라 사람 주인되는 세상 너와 내가 꿈꾸는 나라
2. 노란 리본을 가지마다에 꽃잎으로 묶어보네
노란리본이 우리 마음에 나비되어 날아오네
그의 떠남이 우리들의 갈라진 마음 다시 묶어주리라
벽을 허물어 분열 없는 평화의 나라 너와 내가 하나 되도록
우리가 있네 그의 뜻이 우리안에 사랑으로 넘치고 있네
여기에 있네 우리 가슴에 그대가 살아있네 음
⦿ 시 3.
<여>
아,
그 촌의 촌 사람 하나
사람의 정의 지키자고, 굴욕없이 사는 세상 만들자고
순정을 다하여 몸부림 쳤답니다.
벼 논의 모포기처럼, 마늘밭의 새싹처럼 꼿꼿하게
한 생을 다하여 자신을 바쳤답니다.
<남>
“ 내가 바라는 세상은 소박한 것.
누구도 서러움 없이 사는 세상.
이게 불가능한 걸까?
이건 꿈이 아니다.
현실이 되어야 한다.
우리가 좀 더 한발짝 앞으로 나서기만 한다면 가능한.
불의에 대해 불의라 하고,
부당한 것에 부당하다 하고
나는 받아들일 수 없다, 라고 당당하게 말할 때
거기에 바로 우리가 바라는 세상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삶은 결코 안락하지만은 않을 터.
외롭고 고단할 수도 있을 터.
그런데, 나는 바보, 바보 노무현 아닌가?
나는 그 길을 택했다.
지치지 않고 보란듯이 그 길을 갔다.”
노찾사 노래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저 평등의 땅에]
저 하늘 아래 미움을 받은 별처럼
저 바다 깊이 비늘 잃은 물고기 처럼
큰 상처 입어 더욱 하얀 살로
갓피어나는 내일을 위해
그 낡고 낡은 허물을 벗고
잠 깨어나는 그 꿈을 위해
우리 노동자의 긍지와 눈물을 모아
저 넓디 넓은 평등의 땅위에 뿌리리
우리의 긍지 우리의 눈물 평등의 땅에 맘껏 뿌리리
권선희 시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권선희 낭송, 하림 연주(Harmonica)
[2009년 5월, 포항]
바람이 매우 컸어요
바다는 종일 어린 흰고래 같은 파도 비늘처럼 세웠고
숲은 나뭇잎 한 장 한 장 등을 다 보여 주었어요
꿈틀거리는 세상이 온통 바람이었지요
오거리 대형 전광판이 시 승격 60주년 행사를 광고하며
시민들의 많은 참여를 바란다는 자막 몇 번이고 되돌릴 때,
형산 로터리에서 두어 개 단체가 걸어놓은
근조謹弔 플랜카드가 휘날릴 때,
내가 그대와 약속한 식당 문을 열고 들어가
여전히 푸짐하게 차려진 이기와 흉계 꾸역꾸역 집어 먹을 때,
급기야 친절하게 서로 먹여주기까지 할 때,
멀고 먼 서울광장은
바람이 불러 낸 노란 물결로 출렁였습니다
콘크리트 위로 장황히 번지는 그 거대한 민들레 꽃밭은
도시의 잿빛 봄 깨우고 흔들며 흘렀지요
석간조 사내들을 싣고
공단 버스가 가다 서다 반복하며 공사중인 형산교를 지날 때,
그대와 내가 웃으며 헤어지고도
섬처럼 둥둥 저녁을 표류하다 결국 술집으로 붉게 들 때,
분향소가 철수되고 만장이 태워질 때,
그때도 바람은 돌아가지 않았어요
누군가는 낮은 책상 앞에서 등 굽혀 시를 쓰고
누군가는 어쩌면 질끈 눈을 감았음에도,
기계 속 세상에도 바람이 살아 급속히 전송되는 조시弔詩 한 자락
사납고 훈훈하고 따뜻하고 차갑게 다녀가는,
어루만지고 쓰다듬고 깨우고 일으키는 바람
이제, 당신을 기억할 수 있어요
⦿ 시 4.
<남>
“<노공이산>이라아.
저도 필명을 하나 지었습니다.
‘우공이산(愚公移山)’으로 하려고 했는데, 선점한 임자가 있어‘노공이산’으로 밀렸습니다.
--- 세상에 어리석은 이 하나 있어
큰 산을 옮기겠다 하였다.
옛날 중국의 북산. 사방 칠백 리, 높이가 만 길이라, 그 안엣 사람들 살기 불편하였더라.
그들, 어리석다 하였으나 도리어 그는 사람들을 어리석다 하였다.
‘내가 벌써 이리 나이 들어 나의 생에서야 되겠느냐, 허나
내 자식이 있고, 또 그가 그의 자식을 낳고, 또 그 자식이 자식을 낳고
그들이 내 뜻 버리지 않고 이어 한다면, 그리 세월이 가면 저 산, 평평해지지 않겠느냐’하며
그 우공이 태연하게 그 산에 덤벼들었다더라. ---
허어,
나 또한 어리석은 사람이니 우공이라 하고 싶으나
하는 수 없이 노씨 성을 붙여
노공이산이라 필명을 합니다.”
<여>
그 우공은 구십 세,
노공은 육십 사 세.
오월 나비 훠얼, 질라래비 훠얼
그런데, 그리 바삐 가십니까?
어찌 그리 바삐 가십니까?
노찾사 노래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광야에서]
찢기는 가슴 안고
사라졌던 이땅의 피울음 있다
부둥킨 두 팔에 솟아나는
하얀 옷의 핏줄기 있다
해뜨는 동해에서 해지는 서해까지
뜨거운 남도에서~ 광활한 만주벌판
우리 어찌 가난하리오
우리 어찌 주저하리오
다시 서 는 저 들판에서
움켜쥔 뜨거운 흙이여
⦿ 시 5.
<남>
“열심히 싸우고, 허물고, 다시 쌓아 올리면서 긴 세월을 달려왔지만,
그 흔적은 희미하고, 또렷하게 남아 있는 것은 실패의 기록 뿐,
우리가 추구하던 목표는 그냥 저 멀리 있을 뿐.”
<여>
우리가 추구하던 목표는 아직도 저 멀리 있을 뿐입니다. 노무현 님...
하지만, 실패란 말, 하지 마세요.
그 작은 실패들이 있어 우린 서로 연민의 대상이며 아직 동지입니다. 또
악한 시대에는 선한 이들의 실패만 기억되지만
선한 시대에는 그들의 큰 발자취들이 빛날 것입니다.
<남>
나의 꿈은 세상을 구원하는 것도,
세상 꼭대기에 올라가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모든 사람들이 비굴하지 않게 사는 세상.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드는 것.
바로, 우리들의 꿈.
우린, 때로 뭉치고, 흩어지고
격려하고, 등 돌리고...
할지라도
나는, 그렇게 그대들의 벗이었거늘
뜨거운 벗이고자 했거늘...
아아...
슬프다.
그대들을 두고 가야 하다니...
이렇게 떠나야 하다니...”
<여>
오월 나비 훠얼, 질라래비 훠얼
화포천 원추리 꽃대궁에 훠얼
<남>
이제 그대들의 시대가 오는구나.
나와 함께 했던
그대들의 꿈을 기억해라.
<여>
오월 나비 훠얼, 질라래비 훠얼
동구 밖 삼거리 마파람에 훠얼
<남>
그대들의 시대
사람 사는 세상
<여>
오월 나비 훠얼, 질라래비 훠얼
천리 길 만리 길 강물 따라 훠얼
<남>
그대들의 시대
사람 사는 세상
<여>
오월 나비 훠얼, 질라래비 훠얼
오월 나비 훠얼, 질라래비 훠얼...
잘 가오,
그대...
정태춘 박은옥노래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다시, 첫 차를 기다리며]
버스 정류장에 서 있으마
막차는 생각보다 일찍 오니
눈물 같은 빗줄기가 어깨 위에
모든 걸 잃은 나의 발길 위에
싸이렌 소리로 구급차 달려가고
비에 젖은 전단들이 차도에 한 번 더 나부낀다
막차는 질주하듯 멀리서 달려오고
너는 아직 내 젖은 시야에 안 보이고
무너져, 나 오늘 여기 무너지더라도
비록 비참한 내 운명에 무릎 꿇더라도
너 어느 어둔 길모퉁이 돌아 나오려나
졸린 승객들도 모두 막차로 떠나가고
그 해 이후 내게 봄은 오래 오지 않고
긴 긴 어둠 속에서 나 깊이 잠들었고
가끔씩 꿈으로 그 정류장을 배회하고
너의 체온, 그 냄새까지 모두 기억하고
다시 올 봄의 화사한 첫차를 기다리며
오랫동안 내 영혼 비에 젖어 뒤척였고
뒤척여 내가 오늘 다시 눈을 뜨면
너는 햇살 가득한 그 봄날 언덕길로
십자가 높은 성당 큰 종소리에
거기 계단 위를 하나씩 오르고 있겠니
버스 정류장에 서 있으마
첫차는 마음보다 일찍 오니
어둠 걷혀 깨는 새벽 길모퉁이 돌아
내가 다시 버스 정류장으로 나가마
투명한 유리창 햇살 가득한 첫 차를 타고
초록의 그 봄날 언덕길로 가마
연주곡 / “님을 위한 행진곡”
금관 5중주(인성호, 이소영, 방그리, 박새론, 최만철) / 박만희 편곡
춤 / “환생”
10인의 군무 / 예술공장 두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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