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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춘 사진전

비  상  구

2012.11.8~ 11.28 / 갤러리 구하

정태춘의 <비상구 전>
Joung Taechoon Solo Exhibition : EXIT

 
_정태춘의 비상구 혹은, 비상구 없음
 
논현동에서 새로 여는 <갤러리 구하(丘下)>는 같은 건물의 <다이닝바 부엌>과 함께하는 대안적인 복합문화공간이다. 낭만적 서정으로 사람들의 가슴을 적셨으며,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한 시대를 질타했던 우리 시대의 음유시인 정태춘은 노래 외에도 문학과 시각예술 분야를 두루 꿰며 폭넓게 교류해온 융합 예술가이다. 영역과 영역 간의 융합을 지향하는 이 공간은 그 지향성을 표출하는 첫 걸음으로 정태춘의 사진전을 연다.
정태춘은 2002년의 정규 앨범 <다시, 첫 차를 기다리며> 출시 이후 절필했다. 이후 올해 초에 10년간의 침묵을 깨고 아내 박은옥을 위한 헌정 앨범 <바다로 가는 시내버스>를 내기까지는 음악 이외의 다른 일들에 몰두해왔다. 그가 그간 천착해 온 여타의 세계들 가운데 하나가 사진이다. 온라인 블로그 “길밖에서”(blog.daum.net/gilbak)를 Nhoin(노인, 櫓人)이라는 익명으로 운영해 온 은일의 사진가 정태춘은 <갤러리 구하>의 개관 기념전으로 열일곱 점의 사진을 건다.
그는 출품작 제작 과정에서 시각예술가 안종연과 협업했다. 사진의 담백한 이미지 둘레에 먹물과 파티나 등으로 독특하게 변색시킨 금박과 은박이 널찍하게 자리 잡아 스타일과 메시지의 상호관계를 보완해준다. 몇 점의 대면하기 그리 편치 않은 사진들은 거울 같은 수퍼미러 위에 프린트해서 그것을 들여다보는 사람의 얼굴이 함께 비치도록 했다.
그의 사진들은 이 시대의 풍경과 현실의 정황들을 두루 담고 있다. 그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그 블로그의 한 챕터 타이틀이기도 한, ‘비상구’라는 제시어 아래 골라낸 일상의 모습들이다. 이것은 그가 지속적으로 질문해 온 산업주의로부터의 이탈 의지와 관련이 있다. 이 비윤리적인 문명으로부터 뛰쳐나갈 비상구를 발견하는 일이다. 그러나 그가 제시하는 것은 “비상구 없음”이다.
꽤 긴 동안 길 안에서 찾으려 했으나 결코 찾을 수 없었던 비상구를 ‘길 밖에서’ 찾고자 하는 일. 그러나 불행하게도 현재까지의 그 잠정 결론은 끊임없는 질문의 연쇄 속에 그가 도달한 마지막 골목에서 조차 비상구 없음을 확인하는 일이었다. 여기 그 처연한 우리 시대의 한 절망이 있다. 당신에겐 비상구가 필요하지 않은가? 우리의 비상구는 어디에 있는가?
 
김준기 (미술평론가)
 

 

 

 

 

 

=인사 겸 안내

저희 <갤러리 丘下 구하  | gallery GUHA>는
강남의 가로수 길 건너 논현동 언덕 아래에 30여 평 규모의 전시 공간을 마련하고 같은 층의 <Dining Bar 부엌>과 함께 복합 문화 공간으로 운영하고자 문을 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개관 기념전으로 싱어송라이터 정태춘의 사진전을 마련하였습니다.
그는 노인(櫓人)이라는 비실명으로 지난 3년 여, 사진 전시 Blog <길 밖에서> (http://blog.daum.net/gilbak) 를 운영해 왔고, 그  Blog에서 그가 일상적으로 찍어 온 다양한 사진들에 간단한 텍스트, 시 등을 얹혀 현대 산업 문명의 비윤리와 폭압성에 대해 비판해 왔습니다.
<구하>는 사진 전문 온라인 Bloger의 오프라인 전시에 특별한 의미를 두고 그 내용의 가치 공유를 위해 그 블로그 메시지의 일부를 공개 전시장으로 초대하고자 그를 설득하였고, 어렵게 응낙한 그가 제시한 전시 타이틀은 그 Blog의 여러 챕터 중 첫 번 째 챕터 타이틀인 <비상구>였고, 그가 내놓은 작품은 그 타이틀에 부응하는 컬러 가로 사진 17점이었습니다.
그 사진들에는, 갤러리 오픈 기념 겸 타 쟝르 예술가의 외도 전시라서 특별히 조형예술가 안종연 씨의 여백 작업이 추가 결합되었습니다. 안 씨는 한지에 프린트 된 그의 사진들에 충분한 여백을 잡고 거기에 금 은박지를 입히고 변색시킴으로서 메시지의 완고함을 이해하고 강화시켜 주는 역할 그리고, 일부 사진은 맑은 스테인리스 스틸 위에  앉혀 사진을 보는 관람자의 얼굴이 사진과 함께 보이도록 하여 '불편하지만 피할 수 없는 현실'의 이야기를 관람자에게 더욱 불편하게 대면시키는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 . . (중략) . . .
감사합니다.

2012.11

갤러리 丘下 구하  | gallery GUHA
대표 ; 박 현숙

 

 

Program

拜於遠塞水
夢行向綠野



변방의 물들에게 경배한다
그리고, 거길 지나 초록 광야로 가는
꿈을 꾼다

 

 

♢ 漢詩 | 먼 변방의 물들에게...
프롤로그

시스템 옹호자들에게 던지는 조심스런 이탈 선언.

♢ 비상구를 기억해?        

2010. 06' 송탄 / Framed Gold Leaf 81×67 cm

 

비상구를 찾고 있는 사람들의 존재를 인정하게 된 문명. 산업주의 <체제>의 정당성을 부정하는 소수의 불순분자들과(특히, 타도 투쟁의 열정까지는 소지하지 못한) 잡다한 부적응자들, 이탈자들, 낙오자들 또, 체제로부터 충분히 배려받지 못하는 인간들이 찾아헤매고 있는 그 비상구. 그 바깥에 무엇이 있는지 보다 그것이 필요한 이유가 중요하다. 이 산업 문명의 비윤리와 폭압, 그로부터의 자유! 이루어질 수 있는 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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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전시의 모든 사진들은 촬영자의 일상에서 찍은 것들이다. 그의 생활의 동선 밖 소위 "출사 작품"이란 없다. 모순의 정황과 그에 항의하는 암시적인 슬로건들을 찾아 헤매인 기록이다. 사진 미학을 수용할 만한 자질이 아예 부족하거나 무시했거나 등한시하였다. 자신이 만든 문명 분석의 틀로 세상을 관찰하며 배회하였고 게으른 그의 직관과 궁합이 가장 잘 맞는 순간 복사기인 디지털 카메라와 함께 하였다. 그간 너무 많은 정황들이 과도하게 캡쳐되었고 대부분은 그가 과잉되게 의미 부여한 또한, 쓰레기들이었다. 그러나, 쓰레기들 뿐만이었겠는가? 저 6년 여의 우울한 두리번거림과 그 캡쳐와 스크랩 작업이...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익명의 Web Blog를 통해 사진을 전시하고 이야기해 왔다. Blog는 주제 영역별로 분류된 여러 챕터를 가지고 있고 이번 전시는 그 중 첫 번째 주제 <비상구> 챕터의 이야기를 요약하는 전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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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낡아 빠진 21세기

2010. 06' 담양 / Framed Gold Leaf 81.5×67cm


체제 비판자들에게는 눈에 번쩍 띄일 만한 매우 성공적인 설치 메시지. 최첨단의 신세기 벽두, 그 신선한 시대성과 빛나는 미래 비젼에 냉소 일갈하는 탈색 간판과 그 안, 낯선 구시대 용어로서 풍자되는 당 시대와 문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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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칠 천억 원의 꽃밭

2009. 09' 송파 /  Framed Gold Leaf 81×57 cm


유휴지에 장난삼아 꽃을 심고 꽃이 만발할 무렵 굳건한 담장 일부를 열어 그 토지의 점유권을 과시하고 그리고, 씨가 영글 무렵 담장은 더욱 굳게 틀어막힌다.

문정동의 이 땅은 너무 커서 정부도 지분 개입된 어느 소유자 법인에 오랫동안 적지 않은 부담이 된 바 있으나 당시 시세, 그 가격 언저리에서 아마 또다른 법인에게 서류상으로 이전되었을 것이다.

이 생뚱맞을 만큼 광활한 꽃밭이 잠시 공개되자 중국집 배달 번호 찌라시가 잽싸게 그 펜스 기둥에 결려졌다. 저 거대 자본과 초라한 생계 자본의 불편한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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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자, 광야로 1. / 문정동

2010. 03’ 송파 / Framed Gold Leaf 81.5×67 cm

 

그 담장 쪽문이 다시 튼튼히 폐쇄된 이후, 인근 법조단지 조성 터의 어떤 권리자들 (그들의 정당성도 의심받기는 매 한가지다)이 최근 다시 박아 세운, 너무나 비장해서 상투적인 것이 되어버린 구호 깃발들이 겨울 바람에 차갑게 펄럭인다. 거기 누군가(뭔가 결손된 것 같은 여성 가족 3인) 중심으로 부터 떠나는 길의 무단 힝단. 그들의 앞 길에는 어떤 희망적인 낌새 대신에 불안하게 변두리의 음식 배달 오토바이가 스칠 듯 지나간다. 여기는 서울과 성남의 경계. 멀리 거대한 건축물의 앨이디 광고판이 노을보다 찬연하고 촬영자는 그의 낡은 찝차 본넷까지 일부 그 사진 안에 우겨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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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도 남을 돌보지 마라" / 엄기호 저

2009. 06'  /  Framed Stainless steel Super Mirror 87×63 cm


어느 자본주의 비판자의 저서, 표지. (내용은 온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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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재쌍마 (此在雙魔)>

2012 01' /  Framed Sliver Leaf 95×77 cm


반 산업주의자들은 계속해서 금융과 주식 시장의 폐지 폐쇄를 요구해 왔다. 염치없는 짓이기 때문이다.
"세계의 자본, 내 안의 탐욕"이 악마같은 산업주의를 지탱하는 두 축이며 인간을 속박하는 갑옷이다. 노출된 거리에서 이런 슬로건을 쉬 발견할 수 없던 촬영자는 결국 자신의 긴장된 손으로 붓을 잡아 신문의 주식 시세표 위에 스스로 뜨겁게 절망과 경구의 단시를 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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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상구

2009. 04' 정릉 /  Framed Gold Leaf 81×67 cm


그들에게 모든 문은 환각을 일으키기도 할 것이다. 때론, 좌절된 전 시대의 유적저럼, 완벽하게 막혀버린 유일한 탈출구처럼 그리고, 누군가의 안간힘의 붉은 손톱 자국처럼... 또,
그 주변에 시의적절하고도 정확하게 붙여져 있는 가까운 이삿짐 센터의 전화번호도 결코 예사롭게 보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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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깃발

2011. 12'  7 / Framed Sliver Leaf 95×77 cm


고독한 이상주의자들은 깃발만 보면 가슴이 뛸 것이다. 하여 때론, 혼자서 깃발을 만들기도 할 것이다. 그리곤 다시 낙담하고 자학하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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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정의 비명 소리

2011. 06' / Framed Gold Leaf 81×67 cm


어느 여성 시민의 고공 크레인 장기 농성... (또, 온건했다. 이 시대는 시민의 온건함으로 지탱된다.) 촬영자는 거기에 "산정의 비명 소리"라는 시를 헌사(Blog에 게시)하였다. 그 신문 투고 스크랩과 딸의 그림 엽서 속 머리에 앉은 새와 이철수 전시 엽서의 독수리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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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회관

2009. 05' 광화문 /  Framed Gold Leaf 81×61 cm


시민들은 끊임없이 이동한다. 자본과 물자와 함께. 이들 중에 적어도 또 몇 사람은 있을 것이다. 비상구를 찾아 끊임없이 이동하고 있을 "그들".
거창하여 또 상투적인 문화예술의 전당 인근에서도... 하물며, 해가 뉘엇 저물고 있는 시각에도...
그 스톱 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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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심 차벽, 촛불

2008. 06' 광화문 /  Framed Gold Leaf 81×57 cm


부적응자들은 온건한 체제 시민들의 때때로의 작은 거리 저항에도 때로 관심을 가진다.

시민들은 거리에 나와 촛불을 들지만 낡은 경찰 버스 차벽 앞에서 슬픈 눈동자로 자신들의 온건함을 증명하는 씁쓸한 자술서를 쓴 뒤 각자 집으로 돌아간다.
그 벽을 넘어서지 못하는 그들의 막힌 비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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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쇠 보관자들

2009. 04'  홍대 /  Framed Sliver Leaf 81×61 cm

 

모든 비상구의 열쇠는 수많은 역할자들에게 분리 보관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문은 아주 의외의 외진 벽 속에 숨겨져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암시는 또 우리의 상상력을 시험하듯이 의외의 그림으로 어느 골목길 낮은 담벽에 무덤덤하게 붙여져 있을지도 모른다. 아... 그러나,

숨겨진 모든 것들... 어쩌다 누군가에 의해 이렇게 유출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함정이거나...무엇 하나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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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침묵의 퍼포먼스

2010. 11'  광화문 /  Framed Gold Leaf 81×67 cm


침묵의 퍼포먼스는 늘 상상력을 자극한다. 그러나 침묵의 퍼포먼스란 없다. 그래서 많은 인간들은 또 실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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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들의 명낭한 아웃도어 라이프

2008. 12'  종로  /  Framed Stainless steel Super Mirror 87.5×63 cm


문명은 도시를 계속 보수하고 그 도시 안에서 새로운 문명의 씨앗들을 계속 잉태하지만 때때로 알지 못할 해방감을 찾아 아웃 도어의 갈망을 포기하지 못하는 인간 부류가 있다.

(그들도 산업에 포섭되었다. 거기도 비상구 밖은 아니다.)
그것이 가능한 인간 부류와 그렇지 못한 부류를 산업은 정확히 분리할 줄도 안다. (물론, 윤리적 목적은 아니다.)

둘이 담배를 물고 거적데기를 끌며 자신들을 촬영하는 자를 무감히 바라보며 다가오던 그 무력감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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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문명의 노파

2011. 06' 성내동  /  Framed Gold Leaf 81×61 cm


산업(흔히, 생산 쪽만을 생각하지 말라. 소비야말로 산업의 핵심 부분이다. 소비 파업은 생산자들의 파업보다 더 위험하기 때문에 아직까지 공론화되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의 약점 중 중요한 두 개가 완벽하게 소비(소모)하지 못하며 수많은 빡쓰를 남긴다는 것이다. (누군가 주워간다.)
슬픔은 체제 어디에도 들어설 곳이 없다. 약자들은 일상의 폭력 아래 허덕이고 강자들은 사치 위에서 허덕인다. 구두 발길에 목이 부러지는 명랑한 폭력의 영화 장면만이 폭력이 아니라 폐기물을 채집하여 살아가야 하는 인간을 문명 안에 존재케 하는 것도 폭력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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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자, 광야로 2. / 동대문

2011. 07'  동대문  /  Framed Stainless steel Super Mirror 87×67 cm


마지막 골목에 까지 들어왔다면, 그리고 거기서 결국 문을 찾지 못했다면 도로 나가야 한다.
나가는 곳이 다시 우울한 절망의 도시, 엄연한 문명의 영역이 아니길 바라면서...

(아가씨들은 밝은 백열등 아래 마루의 둥근 상에 둘러앉아 이른 저녁 식사들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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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자, 광야로 3. / 종로

2008. 09' 종로  /  Framed Gold Leaf 81×57 cm


어디에서 나왔을까? 젊은 연인들. 그들은 깜빡이는 불빛을 바라보며 어느 어둠 속에서 홀연히 튕겨져 나왔고 모두 철시한 도시의 텅 빈 거리를 거침없이 질주하리라.

광야로,

광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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久步來非常口前
然門已閉不可開
門亦堅固如文命
吾不可回歸其都


오래 걸어 비상구 앞에 까지 왔으나
문은 이미 닫혀 열 수가 없다
문도 문명처럼 견고하고
나는 다시 그 도시로 돌아갈 수도 없다


♢ 漢詩 | 오래 걸어 비상구에까지
전시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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