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쓰기"

2020' Homepage Event

참여 글 모음

2020년 6월 부터 시작된 홈페이지 이벤트 <리뷰 쓰기> 원고를 올립니다.

​각 월 별로 제시된 주제에 맞는 내용만 선별하였습니다.

​참여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20’ 6월 이벤트 결과 발표

모두 5 분이 글을 보내주셨습니다.

주제와 직접 관련된 글은 두 편이었습니다. 그 중의 김연수 님 글은 팬카페 운영자로서 보내신 것이라서 선물 받으실 대상에 올리기 어려웠구요(앞으론 개인 자격이었으면 합니다), 이진호 님, 한 분만 <차상>으로 선정하였습니다.

아쉽지만 6월 첫 회에는 장원도, 차하도 없습니다. 

이진호 님께 <차상> 선물을 드리고, 이번 이벤트에 가장 먼저 참여해 주신 1226번과 8번(이름을 기재하는 곳에 착오가 있었습니다.) 응모자께도 작은 선물을 드리기로 하였습니다.

세 분께는 개별적으로 연락드리겠구요,

관심 가져주신 분들과 참여해 주신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문화예술기획 봄>

2020년 6월

주제; <정태춘 박은옥과 그 홈페이지>

​이진호 / 차상)
 
<정태춘 박은옥과 그 홈페이지> 제가 처음 이 홈페이지에 찾아왔던 건 아마도 1년쯤 전이었던 것 같습니다.
우연히 정태춘 박은옥 두 분의 콘서트 소식을 듣고, 제주까지 날아가 첫 콘서트 시작을 함께한 이후에 한참을 두 분의 음악에 흠뻑 빠져 있었습니다. 그러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검색을 통해 찾아냈던 이 곳.
이 홈페이지에 대한 첫 인상은... 약간의 촌스러움과 또 약간의 답답함이었습니다.
아마도 요즘 많이 볼 수 있는 인터넷 페이지와는 사뭇 다른 구성과 속도 때문이었을 겁니다.
비록 아직도 이런 구성이 익숙하지 않고, 한번 클릭한 후에 약간의 기다림(?)을 거쳐야 하는 메뉴 이동이 살짝 답답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딱 필요한 내용으로만 솔직하고 간결하게 꾸며진 이런 구성이 더 두분의 모습과 어울린다는 생각이 듭니다.
더구나 이 곳을 통해 정태춘님의 페이스북과 블로그까지 찾아가 볼 수 있었으니, 겉으로 보이는 모양과 상관없이 제게는 더할 나위 없이 고마운 곳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홈페이지의 구성 중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메뉴는 두분의 사진을 모아놓은 곳입니다. 제가 가장 아쉬워하는 부분이 왜 좀 더 일찍 그리고 더 깊이 두분의 음악을 접하지 못했을까 하는 부분인데, 비록 지나간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겠지만, 이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사진을 볼 때마다 마치 그날 그 장소에서 두분의 음악을 듣고 있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앞으로 이 홈페이지가 정태춘 박은옥 두분의 음악적 성과와 활동에 대한 단순한 아카이브가 아니라 두분과 소통하고 싶어하는 모든 사람들의 소중한 공간으로 오래도록 남아있길 기대해 봅니다.
감사합니다.

20’ 7월 이벤트 결과 발표

7월 리뷰 쓰기에는 모두 8분이 글을 보내주셨습니다.

그 중에서 장원 대상자는 없었구요, 한 분의 차상, 두 분의 차하를 가려냈습니다. 사실, 여덟 분 모두에게 핑계삼아 선물을 드리고 싶은데 나름, 홈페이지의 공식적인 이벤트라서 그렇게 하지 못하는 점 양해 구합니다.

진솔한 글들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 홈페이지에 실리는 원고는, 가능한대로 보내주신 그대로 싣고자 했지만 일부는 교정도 있는 점을 밝힙니다.

* 이후의 글들은 정태춘 님에게 보내는 편지 쓰기 형식이 아닌, 여러 애호가들과 함께 나누는 이야기 형식이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손성우 님 글 중, <님은 어디 가고> 가사의 “내 댕기 머리”는 “네 댕기 머리”가 맞습니다.

* 6월 이벤트에서 선물 받으신 이진호 님이 또 좋은 글 보내주셨기에 별도 선물로 <정태춘 박은옥 카셋트> 하나를 보내드리려고 합니다.

2020년 7월

주제; <정태춘 박은옥 노래의 가사에 관한 이야기>

<차지현> / 차상

 

‘정태춘 박은옥'의 아름다운 작품들 중 두 곡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바로 '사랑하는 이에게'와 '서울역 이씨'입니다.

이 두 곡을 뽑은 이유는 저에 대한 이야기 하나와 제가 느낀 '정태춘'에 대한 이야기 하나를 하고 싶어서 입니다.

제가 '사랑하는 이에게'를 처음 들은 것은 1989년도. 제가 9살 때입니다. 

거실 쇼파에서 아버지가 서툰 실력으로 기타를 튕기시고 엄마는 그에 맞춰 함께 노래를 했었죠. 대한민국의 평범한 옛날 부부들처럼 저희 부모님도 크게 다정할 것 없는 그런 부부이셨습니다. 그래서인지 아홉 살 난 저에게 그 모습은 너무 낯설고, 생경하며, 닭살스럽기까지 했습니다. 익숙치 않은 모습이라 보기가 싫었습니다. 그 모습이 보기 싫어 슬그머니 거실을 피해 제 방으로 들어가곤 했었죠.

그 후 약 십여 년 후 제가 22살이 되던 해 부모님께서는 이혼을 하셔서 더 이상 두분이 부르는 '사랑하는 이에게'를 들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 불편한 모습을 더는 보지 않아도 되니 어쩌면 저에겐 잘 된 일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후 약 이십 년이 조금 안 된 작년 '정태춘 박은옥 40주년 기념’ 공연을 엄마와 동생과 함께 보았습니다. 

어버이날 선물로 엄마 혼자 보내드렸는데 너무 좋다고 하셔서 저 혼자 따로 갔고, 제가 보고 또 너무 좋아 엄마와 동생까지 셋이 함께 보았습니다. 마지막 앵콜곡으로 불러주신 '사랑하는 이에게'를 들으며 30여년 전 부모님의 모습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또 '정태춘 박은옥' 두 분을 보며, 부부와 동료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40년을 함께 같은 일을 하는 동료로 같은 생각을 하며, 같은 곳을 바라보며 같은 작품을 창조하는 부부의 삶은 어떠할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니 부러웠습니다.

한편으로는 '우리 부모님도 40 년을 함께 하셨다면 어땠을까? 그럼 '사랑하는 이에게'를 듣는 나의 감정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도 되었죠. '사랑하는 이에게'를 부르는 부모님의 모습이 그렇게도 보기 싫던 아홉 살 짜리는 30년이 지나 마흔이 되었고, 부부라는 건 어떤 것일까를 생각해 볼 철학적 여유도 생겼습니다.

부모님이 함께 부르던 '사랑하는 이에게'를 두 번 다시 듣지 못 할 것을 그 때 알았다면 그렇게까지 싫어하진 않았을텐데라는 아쉬운 마음이 많이 듭니다.

 

훨씬 이전에 나온 곡인 것은 알고 있으나 올해 초 서울역에서 치뤄진 무연고 사망자 추모식에서 '서울역 이씨'를 듣게 되었습니다.

주제넘지만 정태춘 선생님의 세계관을 알 수 있는 곡은 많이 있지만, 저는 감히 이 곡이야말로 '정태춘'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어떤지를 알 수 있는 곡이라 하고 싶습니다. 정태춘 선생님의 가사에는 역설적이게도 냉혹한 현실의 비극을 놓치지 않는 정태춘 선생님의 따뜻한 시선이 담겨있습니다. 바로 그 이유가 '정태춘의 작품'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남는 이유겠죠. 냉혹한 현실 속에 존재도 없이 살다 사라지는 나약하 무언가를 놓치지 않고 바라봐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대다수의 사람들에겐 서울역 신관 유리 건물에 반사되는 햇빛 만큼이나 의미없는 것이지만, 누군가는 그 조차도 생존을 걸어 투쟁해야 얻을 수 있다는 것. 모든 생명은 각자에게 부여된 최소한의 존엄과 행복을 적당히 누리며, 적당히 배불리, 적당히 살 권리가 있다는 것. 제가 살면서 깨닫지 못 했던 것을 '정태춘의 눈'으로 깨닫게 해 준 곡입니다. 올초 서울역 광장에서 정태춘 선생님의 라이브로 듣게 되어 너무나도 영광이었고, 또... 세계관의 충격이었습니다.

뭐 하나 아름답지 않은 곡이 없지만 저의 '최애곡' 두곡에 대해 주제넘지만 적어보았습니다~!

작년 공연이 너무 감동이라 공연에서 또 만나뵙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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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연> / 차하

 

안녕하세요

혹시 그거 아세요?

태춘님의 젊었을때 목소리도 좋았지만,

나이 드신 태춘님 목소리가 사람 마음을 

철렁 확! 철컥~소름 끼치게 한다는 거

그래서 더 좋다는 거 아시나요?

나이드셔서드 좋으시겠다 모 그런 생각이..ㅍㅎㅎㅎ

 

살면서 그리움이란 무엇인지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사무치게 보고싶고,

눈물나게 그리워 하는 마음 

많은 사람들이 안고 살아가는 감정일 겁니다

 

어릴적엔 몰랐던 것들을

나이가 들면서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눈은 떠도 보지 못하는 것들 보이지 않는 것들

또 만나고 싶어도 만질 수 없는

손에 잡히지도 닿을 수도 없는 것들

또 보고 싶을때 언제고 달려가서 만날 수 없다는것을

사무치게 깨닿게 됩니다

그리운 어머니란 곡과 사망부가란 곡을 듣다보면 태춘님이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나 하고자 하는 이야기들

하고자했던 이야기들이 많이 와닿아 눈물이 납니다

저의 살아온 시간들로 해석되서 듣는 노래기도 하지만

태춘 님이 살아온 시간들

사람 사는거 다 똑같구나 하는 생각도 하면서...

하염없이 눈물도  흘리기도 했답니다

"바람아 불어라 어머님의 그 말씀이 다시 들리게만 불어라"

“다시 볼수  없는 분 그 모습 기리러 잔 부으러 나는 가네~~"

사망부가나 그리운 어머님 노래 가사는 어찌 그런 가사를 쓰실수 있는지 들으면서 

소름소름

 

지금은 즐겁게 따라부르며 힘을 얻는 노래기도 하면서 그리움을 달래는 나의 마음을 달래주 는 노래기도 합니다

왠지 태춘님이 내마음을 알아주는 나에게 해주는 얘기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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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성우> 차하

 

정태춘 박은옥 두분 선생님(이하 태춘 은옥 두분)의 노래 가사에 대한 얘기

 

얘기2

문경군 가은읍 죽문리 두메산골, 일제 강점기부터 이어오던 은성탄광에서 흘러나오는 시커먼 물이 흐르는곳, 눈만 뜨면 뛰어 나가서 그 강물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밤에 혼자 지나가기에는 왠지 으스스한 기운이 맴돌던 성황당의 기억들, 어린 나이에도 괜스레 슬프게 들리던 뻐꾸기 울음소리 등등.. 어! 이건 내 얘긴데.

 

1981년 대구 명덕로타리 

아주 고약한 최류탄 냄새와 화염병이 마치 도깨비 불처럼 지친 밤하늘을 어지럽힐 때 어설프게 나마 느꼈던 여러 잔상들.. 

진실을 알고자 나는 헤메었네. 귀를 열고 눈을 똑 바로 뜨고.. 이건 분명 내 얘기 맞습니다. 그리고 이건 아마도 동 시대를 살아온 다수의 얘기 일 겁니다.

 

첫차를 기다리며, 동호회

학교 출석을 너무나 안 해서 대학시절이라고 하기도 민망한 그 염병할 시절을 속절없이 보내고 아버지의 업을 이어받아 족보 출판업이나 하며 그냥 그렇게 살라 하시던 할머니의 눈물의 가슴 아픈 유언과도 같던 소박한 소망조차 어느 순간 쇠퇴의 길로 접어들어.. 

그날 그 모든 것을 정리하고 울산으로 내려올 때 장롱 위에서 발견된 먼지가 켭켭이 쌓인 오래된 통기타는 50이 넘은 나이에 새삼 번민의 기억을 일깨워 줬고 그 통기타가 이끄는대로 따라 온게 다시 첫차를 기다리며라는 동호회였습니다

통기타

중학교때 나 보다 나이가 5살밖에 안 많은 막내 이모가 여상 졸업하고 당신이 시작조차 못 해본 그 어떤 꿈을 나보고 이뤄 달라는 황당한 부탁과 함께 첫 취직 두달 월급으로 사준 기타, 워낙 엉겁결에 생긴 기타라는 악기가 그게 어디 쓰는 물건인지도 잘 모르고 또 딱히 배울곳도 없어 그냥 장롱위에 올려 놓고 쳐다만 보다가, 펼쳐만 보다가, 만져만 보다가

고1때, 친구 놈한테 꼴랑 오동잎이라는 노래 한곡을 엉터리로 배우고는 또 가방에 넣어 장롱위에 올려놓고 오며 가며 쳐다만 보다가 

대학 1학년 때 데모한다고 난리 치는 그 전쟁통에 로망스란걸 배운 뒤로 기타와의 인연은 끝났었다.

그 후 결혼하고 30여년 동안 기타라곤 본적도 없고 생각한 적도 없이 살다가 그날 출판업을 접고 울산으로 이사를 오면서 장롱 위에서 발견된 기타, 내 인생 따라온 통기타

 

북한강에서.. 

이건 뭔 노래가 이런 노래가 다 있노? 북한강에서는 쓰리핑거주법, 기타도 어렵지만 노래 가사도 어렵고 긴데 결정적으로 숨 쉴 곳이 없다.

태춘님이 하시는 거 보면 참 쉽게도 하시더만..

정말 우연히 알게 된 북한강에서 라는 노래가 너무 좋아서 쉬는 날이면 내딴엔 죽으라고 켁켁거리며 부르고 있는데 옆에서 듣고 있던 집사람이 얘길 합니다. 근데 자기야 아무리 어려워도 숨을 쉬라. 숨을 안 쉬고 무슨 노래를 한다고 그카노? 

나도 그러고 싶지, 헌데 숨표가 없다. 며 투덜거라고 있는 내게 집사람은 한심하다는 눈초리로 저를 보며 얘기 합니다

없어도 쉬라. 그냥 아무데나 숨을 쉬고 해라. 이카다 신랑 쥑이겠다.

정 안되마 안개가 두 번 하지 말고 강가에는 안개가 한번만 하고 숨 쉬고 가득 피어나오 해라

원래 노래 흐름상 두 번 해야 되지만 안되는걸 우짜겠노. 

그카고 자기는 목소리가 굵어서 한번만 해도 가득찬 거 같으니깐 한번만 하고 노래 끝내라. 며 얼토당토 안한 말로 위로인지 놀리는건지 모를 얘기를 해 댑니다.

강가에는 안개가 안개가 가득 피어나오. 그 곳에 쉼표는 없다. 

헌데 여길 놓치면 내가 이 노래를 부를 이유가 없을거 같아 나름 죽을 힘을 다해 연습하는데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잘 안 됩니다.

태춘님의 가사는 최소 3절이다

보통의 대중가요 가사는 대게가 2절이고 어떤 노래는 1절만 두 번 반복 하는 노래도 있는데.

태춘님의 가사는 심지어 6절 7절도 있다

그게 아니더라도 가사가 일상적인 언어가 아닌게 많아 어려운데 또 너무 길다

 

2016년 8월, 다시 첫차를 기다리며..

반평생 넘게 메달려온 출판업을 접고 낯선 울산으로 이사를 와 보니 사실 너무나 막막했다

할줄 아는게 한문 몇자 아는거와 어설프게 써온 서예, 서각 밖에 없는데..

아! 이사올 때 발견된 기타, 내 인생 따라온 통기타.. 촌집으로 이사 온 날 밤에 집사람과 소주에 파전 부쳐 놓고 앉아 그 이삿짐에 따라온, 오래되어 만지면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은 조그마한 노래책을 보며 송창식님의 한번쯤, 상아의 노래, 딩동댕 지난여름, 등등을 옛날 대학때 기억을 더듬으며 잡히지도 않는 코드를 어거지로 잡아가며 부르다가 또 다른 악보를 찾을거라고 다음 사이트를 뒤지다 뒤지다 만난 북한강에서란 노래는 처음 도입부에서 주는 평온함과 그 가사가 주는 충격은 이루 말로 할 수 없었다. 솔직히 그 아름다운 노래를 그날 처음 들었다.

 

짙은 안개 속으로 새벽 강은 흐르고 나는 그 강물에 야윈 내 손을 담그고 ,,,

강물 속으론 또 강물이 흐르고 내 맘속엔 또 내가....

그날 유튜브의 북한강에서를 무한 반복으로 해 놓고 그냥 쏘주만 먹었습니다

그래, 기타를 새로 배워보자.

북한강에서 라는 노래에 빠져 새삼스레 다시 기타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에 

또 여기 저기 유튜브를 헤메다 우연히 다시 첫차를 기다리며라는 동호회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인연은 필연이다.

 

님은 어디가고,

난생처음 팬카페라는델 가입하고 얼마 뒤 전국모임을 한다는데 그기서는 정태춘 박은옥님 노래만 불러야 한다며 기본 2곡씩 준비를 하라는데 살면서 두분 노래는 몇곡 정도 듣기만 했지 기타치며 불러본 적이 없던 저와 집사람에게는 절벽 그 자체였다.

들어보면 참 좋아서 이 노래 저 노래를 따라 해 보면 다 너무 좋은데 직접기타 치면서 녹음해서 들어보면 이건 뭐 노래가 아니고 그냥 책을 읽고 있다. 내가 노래를 이렇게나 못했었나... 헌데 옆에서 구경하던 집사람은 내가 하는 것만 보고도 금방 잘 합니다. 

뭐지?

태춘, 은옥님 노래는 내 하고는 안 맞는 갑다.

그렇게 새로운 곡을 연습하는건 포기하고 그냥 알고 있는 몇 곡이라도 연습하자며 한참을 보내다가 정말 우연히 알게 된 님은 어디가고 라는 이 노래는 내겐 딱이다 싶어 거의 한 달을 오직 이 노래만 출퇴근 시간에도 집에 와서도 주구장창 듣고 또 들었다

아마도 한 노래를 이렇게 오랫동안 들은 기억은 대학 때 탐존슨의 딜라일라 말고는 없을거 같다

그리고 어느 쉬는날 

이 노래를 아침부터 점심때까지 혼자서 연습하는데 밖에 나갔다가 들어온 집사람이 묻습니다

근데, 자기야, 2절에 어느 하루 울너머로 내 댕기머리 보잤더니 너는 내게로 다가와서 옷고름 움켜쥐고 나는 간다 하는게 도대체 무슨 뜻이고? 울 너머로는 담 너머로 맞제? 응 맞다. 근데 옷고름을 움켜 쥐고 나는 간다 했으마 분명 옷고름을 풀었단 애긴데.. 그 옷고름을 움켜쥐고 나는 간다 하면 여자가 간 거잔아. 남자가 옷고름 움켜쥐고 나는 간다 하진 않을거 아이가, 그러니 앞에 댕기머리 보자 한게 여자가 먼저 보자 했단거 아이가, 뭔 소리고? 사실 나도 잘 모르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정성을 다해 해석을 해 줍니다.  

자기야 그게 아이고, 내 댕기머리 보잔뜻은, 여기서 내 카는거는 내가 니 댕기머리 보잔 뜻 아니겠나. 글나. 그래 그건 그렇다 치고 지금 누가 누굴 꼬시는거냐 말이다? 헉, 꼬시기는 뭘 꼬신다 말이꼬, 그카마 우린 누가 누굴 꼬신건데? 암튼 누가 누굴 꼬셨든지 간에 지금 누구 하나는 어디 가고 없단 얘기 아니겠나 그래서 시름 겹고 시름겹고 카잖아. 근데 그게 누구냐 말이다. 여자가 옷고름 풀었으면 끝난건데.. 왜 갑자기 옷고름을 움켜쥐고 가냔 말이다. 끝나긴 뭐가 끝나냐. 하하 또 모르지 뭐, 여자나 남자 집에서 결사반대 했을지도 모르잖아. 

사실 두 사람 대화의 맥락은 없습니다 

집사람과 저는 어린 나이에 친구로 만나 아이들 낳고 아이들 커는 한동안은 부부로 살다가 나이가 들은 요즘은 다시 친구마냥 살아가는 우리 둘의 대화는 시작과 끝이 달라도 뭐 그리 누구하나 탓하진 않습니다. 그냥 소주 한잔 쭉 들이키고 나면 쓰잘데기 없는 딴 얘기나 하다 끝내곤 합니다.

그 뒤 집사람도 두 분의 노래에 빠져 노래 몇 곡이라도 연습하겠다며 저한테 노래 목록을 내밉니다

나는 누구인고, 회상, 양단 몇 마름, 하늘 위의 눈으로, 봉숭아, 님은 어디가고, 서울의 달, 바람, 들 가운데서

이 노래를 배우고 싶으니 악보 찾아놓고 기타를 가르쳐 달랍니다. 한꺼번에 이렇게나 많이..그카고 나도 잘 못치는데.. 

나는 누구인고,

기타를 가르쳐 달라하니 어쩌겠어요. 그날 이후 퇴근만 하면 나는 누구인고를 유튜브를 보면서 또 동호회 첫차의 회원이자 선생인 너와집님 동영상을 보면서 근 보름이나 씨름하며 공부하고 또 연습해서 갈쳐 줬더니 지랄도, 몇시간만에 뚝딱 쳐 버리네요. 아! 나는 누구인고

빈산,

어느날 제가 유일하게 챙겨보는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다스뵈이다를 보다가 푹 빠져버린 빈산이라는 노래를 알고부터는 요즘도 집에서 막걸리 먹을때는 꼭 이 노래만 부르지만 사실 이 노래는 아는 사람들이나 좋아라 하지 첨 듣는 분들에게는 아마도 끝도 밑도 없는 노래일 거 같아 다른 모임에서 부르기는 자신이 없어 님은 어디 가고를 부릅니다. 빈산, 이 노래야 말로 어쩌면 태춘님의 정서가 고스란히 담긴 태춘님의 인생 노래가 아닐까 생각도 해 봤습니다.

정태춘 박은옥님의 노래는 첫차라는 동호회를 만나기 전까진 사실 아는게 별로 없었습니다

그저 왠만한 사람들은 다 알 법한 시인의 마을, 촛불, 사랑하는 이에게, 떠나가는 배, 서해에서, 봉숭아, 정도만 알았을 뿐 난생처음 가수의 팬클럽이란 곳에 가입한 곳이 첫차라는 동호회인데 여기 와서 알게 된 두 분의 노래 가사는 일반 대중가요 가사가 아니고 가히 시집이고 수필집이고 영화 대본입니다

그렇더라도 대중 가수의 노래 가사로는 솔직히 너무 어렵습니다. 그러니 대중들이 쉽게 선뜻 따라 하지도 못합니다. 특히나 그 어느날 이후부터 나온 노래들의 가사는 많은 대중들과 그때까지 태춘 은옥님의 노래를 좋아했던 사람들 중에도 태춘 은옥님을 멀리 할 수밖에 없이 만들어 버린 측면이 많습니다. 또 오랫동안 방송 활동을 안 하셨으니 대중들도 저도 집사람도 두 분으로 부터 점점 멀어지게 되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이미 두 분의 노래에 빠져버린 지금의 저희 부부로서는 고맙고 또 많이 미안한 마음입니다. 

이제 저도 곧 60을 바라보고 집사람은 60을 넘은 적잖은 나이이지만 그래도 태춘 은옥님의 노래를 새삼 알게 된 것만 해도 남은 인생을 보다 더 윤택하게 만들 수 있겠다 싶어 행복합니다 

애고 도솔천아

언젠가 하루는 이 노래를 알게 되어 새로 장만한 카쥬라는 악기도 불어 대면서 부르고 있는데 옆에서 설겆이 하던 집 사람이 춤을 추면서 따라 부릅니다. 자기야 이 노래가 춤추는 노래는 아니잖나. 하니 이 노래야 말로 태춘님 노래중에 춤출 수 있는 몇 안 되는 노래중 하나다. 하네요 그러고 보니 노래하는 저도 신이 나서 기타를 들고 같이 춤추며 노래를 불렀습니다. 옛날부터 알고 있던 송골매의 이빠진 동그라미 생각도 나고 해서 참 좋아하는 노래입니다.

저녘숲 고래여

벌써 몇 년이 지났네요. 촛불혁명, 울산에서도 롯데 백화점 앞에서 촛불이 있었는데 어느 이름 모를 여 가수가 자기가 부를 곡이 정태춘님의 노래 중에 저녁숲 고래여 라고 소개하며 올갠을 치면서 부른 이 노래는 또 며칠간 내 머리를 떠나지 않아 찾아 듣게 되었고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언양 반구대 암각화 앞에 가서 어설픈 기타로 노래를 부르는데 집사람이 얘기합니다. 근데 자기야 이 노래는 무슨 동화 같지 않나? 

장서방네 노을

당신의 고단한 삶에 바람조차 설운 날 먼 산에는 단풍 지고 바닷물도 차더이다. 서편 가득 타오르는 노을빛에 겨운 님의 가슴 내가 안고 육자배기나 할까요. 참 얼마나 그윽한 얘기인가요. 

고향.

그 누가 이보다 무슨 말로 고향을 얘기하겠으며 곡조를 이리 써겠나 혼자서 생각해 봅니다.

서산으로 벌겋게 타오르며 지고 있는 붉은 노을을 바라보며 그 아래 언덕의 눈만 뜨면 보던 고향의 소나무 같은 소나무와 밤이 되면 더 말갛게 보이는 하얀 말과 고향에서 떠나올 때부터 가져와 영원히 지워지지 못할 기억이 담겨있는 방안 한구석의 손가방을 거쳐 고향으로 달려가고 있는 들녘길. 그리곤 또 내 향수 달리는 들녘길. 아마도 쉽게는 가지 못할 고향을 둔 사람들의 얘기인 듯..

가사가 너무 좋아서 쉬는 날이면 집에서 가끔 부르는데 이 노래만 부르면 옆에서 집사람이 이 노래는 기타치지 말고 그냥 목탁 치면서 부르면 딱이라며 놀리지만 요즘도 열심히 부릅니다.

정태춘 박은옥님의 노래 가사에 대한 얘기를 한다고 시작을 했지만 막상 쓸려니 이야기를 어디서부터 하며, 또 어떤 형식으로 써야 할지 막막하여 나름대로 두 분의 음악과 가사를 접하고부터 있었던 집사람과의 애피소드를 생각나는 대로 적어 봤습니다

집사람과 둘이 했던 내용 들이라 대부분이 정제되지 않은 부분이 많지만 너그러이 봐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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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호> / 별도 선물

 

전 정태춘 박은옥 두 분의 노래를 자주 듣는 편입니다.

출퇴근길 차 안에서도 듣고, 산책하는 동안 이어폰으로도 듣습니다. 스트리밍으로도 듣고, CD를 틀기도 합니다. 두 분의 젊은 목소리도 듣고, 늙은 목소리가 아닌 ‘노회한’ 목소리로도 듣습니다. 가끔씩 같은 노래를 두 분의 다른 목소리로 연이어 듣는 것도 좋습니다. 시간이 날 때면 유튜브에서 두 분의 공연 영상을 찾아보면서 콘서트에서 느꼈던 감동을 다시금 떠올리기도 합니다.

이렇게 자주 듣다보니 거의 모든 노래가 친근하게 느껴져서 가리지 않고 골고루 듣는 편입니다만, 그 중에서도 제게 특히 인상적이었던 노래는 ‘눈먼 사내의 화원’이라는 곡 입니다. 두 분의 11집 앨범 ‘바다로 가는 시내버스’에 실려있는 노래인데, 비교적 덜 알려진 노래라서 그런지 공연에서 직접 부르시는 영상을 찾기 어려운 노래이기도 합니다.

이 노래가 제게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도입부에 들리는 애절한 악기 소리가 귀를 사로잡아서일 수도 있고, 담담하게 부르시는 정태춘님의 목소리가 더 쓸쓸하게 느껴져서일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특별했던 건 은유적 표현이 가득한 노랫말이었습니다.

 

날아가지마, 여긴 그의 햇살 무덤

너희 날개짓으로 꽃들을 피워주렴

아무도 볼 수 없는 그의 영혼처럼

이 화원 누구도 본 적 없지

떠나가지 마, 강변의 나비들이여

너희 명랑한 그 날개짓 소리 그치면

풀잎 그늘 아래 꽃잎들만 쌓이고

그는 폐허 위에 서있게 될걸

오, 눈먼 사내의 은밀한 화원엔

오, 흐드러진 꽃 춤추는 나비 바람

 

날아가지마, 여긴 그의 꿈의 영지

모든 휘파람들이 잠들고 깨이는 곳

누구도 초대할 수 없는 새벽들의

단 한 사람만의 고요한 늪지

떠나가지 마, 맑은 아침 나비들이여

옅은 안개 이슬도 꿈처럼 사라지면

거기 은빛 강물 헤엄치던 물고기들

그의 화원 위로 뛰어오를걸

오, 눈먼 사내의 은밀한 화원엔

오, 흐드러진 꽃 춤추는 나비 바람

여러 번 이 노래를 듣고 나니, 문득 노랫말 속의 ‘사내’와 그의 ‘화원’이 궁금해졌습니다. 그의 고독함과 안타까움의 이유가 무엇일지, 그가 찾는 ‘나비’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그래서 정태춘님의 노래 에세이가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구입하여 제일 먼저 이 노래에 관한 부분을 찾아봤는데, 거기엔 노래에 대한 설명 대신 몇 줄의 간단한 소감만이 적혀있었습니다. 조금 아쉽긴 했지만 어쩌면 글이나 말로는 설명이 안되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비록 그 ‘사내’와 그의  ‘화원’의 비밀을 풀지 못했고, 그의 심정을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전 앞으로도 계속 이 노래를 찾아 듣게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가사 속 그 ‘사내’에게 이런 말을 전해주고 싶습니다. 어쩌면 당신이 ‘눈먼’ 것이 아니라 원래 세상이 어두운 것일 수도, 당장 눈 앞에 보이지 않더라도 어디선가 여전히 ‘나비’가 힘차게 ‘날개짓’을 하고 있을 수도 있다고.

감사합니다.

문화예술기획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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